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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도 가면 날마다 '생일'… 누구나 다시 태어나는 섬

  • 작성일 2025-01-06
  • 조회수 1340
  • 작성자 관리자

 

섬의 나라 전남

겨울섬을 가다

금곡해변~용출항 잇는 금머리갯길 3㎞ 산책코스 ‘절경’ … 청산도 여서도 대마도까지 보여

 

20241211_01100120000002_L01.jpg생일도 용출리 상공에서 본 일출. 평일도(금일면)와 우도-섭도-부도-병풍도 등이 바닥에 깔려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대한민국은 3000개가 넘는 섬을 가진 세계 10대 섬 보유국. 그 중 64%인 2165개가 전라남도에 있다. 전남을 ‘섬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근 섬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소중한 해저 자원과 생태의 보고이면서, 우리 영해의 시작이 되는 섬은 안보 수호의 첨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남도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라는 관광적 가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지역 관광의 차별화된 콘텐츠이면서 지역경제의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와 함께 독특한 겨울 이야기를 가진 섬 세 곳과 섬 관광 이야기를 4회 연재한다.

 

“우리 생일도는 날마다 생일입니다. 항구에 큰 생일 케이크가 있는데 촛대가 6개죠. 6개 마을이니까. 오시는 분이 오늘 생일이라고 하면 뱃삯도 안 받고 케이크에 생일 축하 메시지도 뜹니다.”

20241211_01100120000002_L02.jpg서성항 생일케이크를 청소하는 모습

 

생일도 마을버스 운전기사 최석두(010-6602-3716)씨의 말이다. 마을버스는 오전 6시에서 오후 2시 40분까지 서성항 뱃시간에 맞춰 6회 운행한다. 공식 운행시간 이외에는 콜버스로 대기한다. 이용객이 전화하면 원하는 곳으로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금곡리 이장 출신인 최석두씨는 섬마을 이름의 유래, 전설이 깃든 장소까지 구석구석 안내해주는 섬 관광 길잡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완도군이 공영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20241211_01100120000002_L03.jpg생일도 콜버스 기사 최석두씨

 

용출리에서 마을버스를 탔는데 할머니 한 분이 좌석에 배낭을 두고 내리신다. 배낭을 들고 내려가 “할머니! 가방 가져가세요!” 했더니 “그거 내꺼 아녀!” 하신다. 다음 마을에서 할머니 한분이 버스를 세우시더니 “내 가방 여그 있나?” 하신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 있는 마을버스가 효자다.

 

20241211_01100120000002_L04.jpg생일도 해담식당의 1만원짜리 백반

 

●실제 한자 이름도 ‘生日’ = ‘다시 태어나는 섬’ 생일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생일면에 속하는 섬이다. 섬 이름 때문에 종종 화제가 되는데 실제 한자도 ‘生日’이다. 생일도 선착장인 서성항에는 6미터 높이의 대형 생일 케이크 모형이 세워져 있다. 조형물의 버튼을 누르면 세계 각국의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온다. 생일도라는 섬 이름은 주민들의 본성이 어질어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는 바다에서 조난 사고와 해적들의 횡포가 심해 새로 태어나라는 뜻에서 섬 이름을 새로 지었다는 설도 있다. 생일도는 동그란 밤톨처럼 생겼다. 해발 483m의 백운산이 한가운데 우뚝하고 여기서 흘러내린 계곡과 바다가 만나는 평탄한 땅에 6개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섬 동쪽은 면사무소와 우체국, 학교, 농협마트, 식당 등이 있는 서성항이다. 약산 당목항으로 오가는 선착장이 있다.

서쪽에는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만들어진 금곡해수욕장이 있다. 금곡해수욕장은 폭 100m, 길이 1.2㎞의 금빛모래와 완만한 수심이 주변 해송과 잘 어우러져 가족단위 피서지로 유명하다. 섬 남쪽에는 용출리 몽돌해수욕장이 장관을 이룬다.

강진 가우도, 여수 낭도, 신안 반월 박지도, 고흥 연홍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에 이어 2016년에 일곱번째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해가 떠오르는 새로운 섬’을 콘셉트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섬으로 만들었다.

‘불멍’ ‘물멍’을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을 위해 생일도는 아예 ‘멍 때리기 좋은 곳’을 만들었다. 금곡리에서 용출리로 이어지는 ‘금머리갯길 너덜지대(돌강)’, 용출리 갯돌밭(몽돌해수욕장), 굴전리 구실잣밤나무숲 3곳이다. 구실잣밤나무 자생 군락지는 50만㎡나 된다. ‘멍 때리기 좋은 곳’에 가면 이런 안내판이 서 있다. “멍 때리기란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뇌에 충분한 휴식을 주어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하는 정신건강 운동이다.” 멍 잘 때리는 방법은 △가장 편하게 앉기 △휴대전화 가까이 두지 않기 △노래 독서 잡담 안하기 △웃지 않기 △음식 안 먹기 등이다.

●매물도-여서도-청산도가 그림처럼 = 생일도의 1월 평균기온은 3.1℃, 한겨울에도 춥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섬 한바퀴를 다 돌아도 28㎞ 정도니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섬 일주를 해도 좋다. 생일도 일주도로는 대부분 바다가 보이거나 해안길을 낀 능선길로 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서성항에서 금곡리, 서성항에서 용출리까지는 포장된 해안도로라 전체 구간을 걷기에는 불편하다.

생일도 남쪽 해안은 급경사 바위지대라 포장도로가 없다. 완도군에서 ‘힐링 산책로’로 지정한 ‘금머리갯길’이다. 3.7㎞ 오솔길 구간으로 중간중간 만나는 너덜지대(돌강)에서 멍 때리기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섬 도착시간이 오후라면 서성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용출리로 가서 금머리갯길을 걷는다. 금머리갯길 남쪽 바다에는 동쪽부터 서쪽까지 초도-원도-장도-대마도-덕우도-구도-매물도-여서도-청산도가 옹기종기 그림처럼 떠 있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비탈진 사면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들이 보인다. 집터와 경작지, 샘터도 있고 곳곳에 시누대숲이 나타난다. 예전 가난한 백성들이 이 대나무로 바구니를 엮어서 팔았을 것이다. 금머리갯길은 이 사람들이 대바구니를 지고 오르내렸던 길이다.

20241211_01100120000002_L06.jpg금머리갯길 동백 군락지

 

멀구슬나무가 방울방울 노란 구슬을 달고 있고 오래된 동백숲은 벌써 드문드문 붉은 꽃을 피웠다. 생일도에는 잘 보존된 숲이 많다. 금곡리의 동백숲도 15만㎡나 된다. 오솔길은 이 동백숲 안으로 이어진다. 생일도의 겨울은 동백의 화원이다. 숲과 바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생일도는 전라남도의 최고 보물섬이다. 금머리갯길 산책을 마치고 한적한 금곡해수욕장을 거닐다가 일몰을 보는 것도 좋다. 금곡해수욕장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활처럼 굽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다. 해질 무렵이면 모래는 물론 바다까지 온통 금빛으로 물든다.

20241211_01100120000002_L07.jpg금머리갯길 너덜지대

 

금곡마을에서 서성항 사이에 민박집들이 여럿 있지만 비수기인 겨울에는 식사와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식당과 마트가 있는 서성항에 민박을 잡는 게 낫다. 노을공원에서 마을버스를 호출해 서성항으로 돌아오면 된다.

●둘레길로 마방할머니 당숲까지 = 늦은 오후에 생일도에 도착했다면 마을버스를 타고 금곡해수욕장에 가서 지는 해를 보고 돌아와 숙소에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마을버스를 타고 용출리로 가서 몽돌해변 해맞이를 한다. 요즘 해 뜨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전후이니 시간에 맞춰 서두르는 게 좋다.

생일도 일출은 바다만 배경이 되는 게 아니라 바로 옆 평일도(금일면)와 우도-섭도-부도-병풍도 등이 바닥에 깔려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일출을 본 뒤 용출리에서 금머리갯길을 따라 금곡해수욕장까지 걸으려면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는 게 좋다.

아니면 일출만 보고 서성항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다. 식당은 예약하면 오전 7시부터 아침을 준비해준다. 식사 후 여유있게 출발해 금곡해수욕장과 금머리갯길을 걸어도 좋다. 오전 9시 정도에 출발하면 수평선 위로 생일도 남쪽 수많은 섬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머리갯길 마지막 구간은 경사진 나무데크길이다. 바닥에 곰솔 잎이 깔려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용출리 해안에서 갯돌밭(몽돌해수욕장)을 보고 굴전리 구실잣밤나무숲에서 햇살을 받으며 멍 때리기를 한다. 여기서 산길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서성항 마방할머니 당숲까지 걸으면 생일도 둘레길 9㎞ 전구간을 완주한다.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식당 예약 없으면 일요일 휴무 = 생일도 가는 배편은 두 갈래가 있다. 요즘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배편은 완도군 약산면 조약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동쪽 서성항으로 가는 길이다. 당목항에서 서성항으로 가는 여객선은 하루 8회(오전 6시 30분~오후 5시 30분) 운항하며 약 25분 정도 걸린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생일도 남쪽 용출항으로 가는 배편도 있다. 완도항에서 생일도 용출항까지 하루 2회(오전 7시 20분~오후 2시 30분) 운항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완도에서 출발하는 배는 다른 섬을 경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용출항에서 완도항으로 가는 배도 하루 2회(오전 10시 13분~오후 3시 39분) 운항한다.

서성항 식당들은 예약해야 한다. 외지 관광객들보다 지역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들이라 예약이 없으면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해담(061-555-0911)이나 생돈가(061-554-8181)의 1만원짜리 백반이 푸짐하고 깔끔하다. 우럭탕이나 장어탕, 해신탕도 가능하다. 민박은 3~4인 기준 5만원 선이다. 자차로 이동하고 직접 조리해서 먹는다면 생일도 가는 길에 있는 조약도(약산면)에서 요즘 제철을 맞은 굴을 한 망태기쯤 사서 간다. 구이나 찜을 하면 최고다. 이쪽 섬사람들은 굴을 초장이 아니라 참기름에 찍어 먹는다. 참기름이 고소함을 더해주고 살짝 비린 맛도 없애준다. 생일도에서 나는 자연산 홍합구이도 겨울철 별미다.

완도 생일도 = 글 사진 남준기 환경전문객원기자

namu@naeil.com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