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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5] "섬의 무한한 가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9 조회수 7

 

- 섬 정책 보전에서 활용으로, 개발에서 발전으로 … 지자체 역할 확대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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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쓸모는 의외로 광범위하다. 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관광객에는 소중한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된다. 소중한 해저 자원의 보고이면서, 우리 영토의 시작이 되는 영해기점의 역할처럼 안보 수호의 첨병 역할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그런 섬의 쓸모에 주목하면서 관련 정책과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의 64%인 2165개의 섬을 가진 전남도가 섬 둘레길의 명칭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몰랑길은 그 흐름의 산물이다. 5회의 기획 연재로 '섬'을 다시 생각하고 만나본다.


한때 '거꾸로 그린 세계지도'가 유행한 적이 있다. 기존의 대륙 중심 지도와 달리 북반구를 아래쪽에 남반구를 위쪽에 두고 그린 지도다. 기존 지도에서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남북분단으로 대륙으로 가는 길이 막혀 고립돼 있다. 하지만 지도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한반도는 넓은 태평양을 통해 세계로 열려있는 출발점이자 중심에 놓여있다.

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육지 중심의 '부속' 개념으로 바라본 섬은 투자 대비 효율이 높지 않은 공간이었다. 개발은 고사하고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많게는 한해 수십개 유인도가 무인도가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리 국토 어느 곳보다 먼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거꾸로 그린 세계지도를 보면, 그리고 그 지도를 조금만 확대해 보면 그곳에 무려 3383개나 되는 섬들이 빼곡하게 바다를 채우고 있다. 여기에 조금의 상상력을 더하면 그곳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게 된다. 우리가 섬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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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은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 해양수산부 전남도 그리고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정부·지자체 섬 정책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고 그 속에서 섬이 가진 가치를 톺아보려 한다.

이번 지상토론에는 임철언 행안부 균형발전지원국장, 허만욱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정책관, 오동호 한국섬진흥원장, 최정기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이 참여했다. 일선 현장에서 정책수립과 집행,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섬 정책의 과제와 비전을 물었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들을 분야별로 간추렸다.

◆섬 '잘 꿰면 보배' = 매년 8월 8일은 정부가 정한 법정기념일 '섬의 날'이다. 섬의 날을 굳이 이날로 정한 건 8을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 기호와 닮아 있어서다. 무한한 섬의 가치를 표현한 셈이다. 실제 우리 정부나 지자체, 학계 모두 어느 때보다 섬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허만욱 정책관은 우리 섬을 동적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섬은 단순히 살아가기 위한 터전인 정적 공간이었다면 오늘날 섬의 개념은 해양영토 수산·자원 생태·환경·관광 등 다양한 공간을 창출하는 동적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행안부 생각도 다르지 않다. 임철언 국장은 "섬의 가치는 영토적 측면을 넘어 환경·관광 측면에서 높이 평가된다"며 "특히 수산자원이나 생태자원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00240418_P.jpg전남 신안군 우이도 띠밭머리해변. 남준기 환경전문객원기자

학술적인 면에서도 섬의 가치는 무한하다.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은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는 "유엔해양법에 따라 12해리 영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 국가의 주권으로 인정됨으로써 섬은 해양영토와 국가안보, 해저의 해양자원 및 에너지의 확보 측면에서 가치가 한층 제고되고 있다"고 했다. 또 "섬 자체는 관광과 휴양 치유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동시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상도시 구상과 주변의 해저 공간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미래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섬의 관광자원 가치에 주목했다. 최정기 국장은 "섬이 갖는 독특한 문화와 육지와 지리적으로 격리돼 있는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하면 육지에서 경험하지 못한 섬 지역만의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신안군 기점·소악도에 조성한 12사도 순례길을 지난해에만 5만7000명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섬의 날 지정 의미 되새겨야" = 이런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섬 정책은 생각만큼 발전적이지 않다.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들도, 연구활동을 하는 학자들도 평가는 비슷하다.

정문수 소장은 "주민이 살고 싶고, 외지인이 가고 싶은 섬의 비전은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지만 국가에 공헌하는 섬, 국제적인 관점의 섬 발전 전략이 뚜렷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임철언 국장의 평가는 더 냉정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한 시점은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현재의 섬발전촉진법)이 제정된 때부터"라며 "하지만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섬에 대한 지원은 개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섬과 주민 본질에서 비롯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섬의 가치보다는 낙후된 지역이라는 관점, 주민 삶의 개선보다는 시설물 구축에 더 중점을 두고 지원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책 방향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임 국장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섬의 날을 제정하고 섬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한국섬진흥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개발의 한계를 벗어나 주민과 함께 발전하기 위해 관련 법명을 개발(도서개발촉진법)에서 발전(섬발전촉진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오동호 원장도 섬진흥원 설립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섬진흥원은 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정부가 연구기관을 만든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우리의 섬들이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시간에 진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도해, 에게해 못지않은 관광자원 = 섬 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특히 관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었다. 오동호 원장은 "섬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방문 의향이 82.7%로 매우 높았다"며 "특히 다도해를 품은 우리나라 남해안은 에게해 못지않은 관광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오 원장은 또 "그리스 로도스 섬의 경우 10년간 인구 1만명이 증가했는데 이는 관광·생태·문화자원 등 섬만이 지닌 특성과 함께 남에게해 지역 관광기반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전남·경남·부산이 함께 남해안을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조성키로 한 것은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허만욱 정책관은 유인도 중심의 섬 관광 정책을 무인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월 이달의 무인도서인 전남 진도군 불도는 유인도에서 최근 무인도가 된 섬인데 낙조 등 경치가 아름다워 섬 관광 자원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해수부가 개발가능무인도에는 공공시설물을, 준보전무인도서에는 탐방로 휴양·편의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무인도서법을 개정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섬 관광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전남도다. 전남은 섬이 2165개로 전국의 64%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으로 많은 곳이다.

최정기 국장은 "전남도는 전국 최초로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통해 2015년부터 현재까지 24개 섬을 선정하고 단장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섬마다 고유한 특색을 잘 살려 조성한 생태탐방로"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그동안 섬의 단점으로 인식됐던 '단절'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단절로 인해 독특한 섬 민속문화가 잘 보존돼 있고, 또한 단절이 주는 휴양과 안정 효과도 뚜렷하다"며 "전남도는 앞으로도 아름다운 섬 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섬 길을 역사·문화와 함께 연계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적 섬 정책 수립 절실 = 섬 정책 일원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했다. 임철언 국장은 "유인섬 지원 총괄부처는 행안부이지만 예산지원은 국토부(성장촉진지역에 속한 183개 섬)와 행안부(특수상황지역에 속한 188개 섬)로 이원화되어 있어 일원화 필요성을 느낀다"며 "앞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만욱 정책관은 "이미 거주라는 일반적 가치를 기준 삼아 유인·무인의 개념으로 일원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관계 기관이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섬 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정기 국장은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 해군 해경 등 유관기관 간 종합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가능한 섬 발전을 위해 종합적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문수 소장도 "(다원화된 체계 때문에) 업무 연계성이 떨어지고 각 부처 고유 과제에 국한된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도서의 60% 이상을 보유한 전남도는 외국 사례와 미래 비전을 내세워 섬 정책에 관한 지방정부 권한 강화를 좀 더 집약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섬 정책 다양한 시각으로 추진해야 = 임철언 국장은 섬 소멸을 막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들이 앞서 추진하고 있는 '1000원 선박 요금제'와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 같은 다양한 정책들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섬이 소멸되지 않고 삶의 터전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섬 주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육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만욱 정책관은 무인도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그동안 지자체 도서정책은 유인도 중심이어서 무인도서와 최외곽 소규모 도서는 정책적 수혜와 관리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외곽 도서에 대한 관리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 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 연재기사]

김신일 방국진 정연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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