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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1] 3400개 섬 보유한 세계 10대 '섬의 나라'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4-19 조회수 3

 

- 유인도 40년 동안 987곳 → 467곳으로 감소 … 섬 고유한 가치 살려 세계적 관광명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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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쓸모는 의외로 광범위하다. 주민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관광객에는 소중한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 된다. 소중한 해저 자원의 보고이면서, 우리 영토의 시작이 되는 영해기점의 역할처럼 안보 수호의 첨병 역할도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그런 섬의 쓸모에 주목하면서 관련 정책과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섬의 64%인 2165개의 섬을 가진 전남도가 섬 둘레길의 명칭으로 브랜딩하고 있는 몰랑길은 그 흐름의 산물이다. 5회의 기획 연재로 '섬'을 다시 생각하고 만나본다.


우리나라 섬은 지속가능한가? 3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이고, 3000여개의 섬을 보유한 '섬의 나라'인 우리 특성을 생각하면 한번쯤 곱씹어볼 질문이다. 특히 최근 40년간 전체 유인도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만큼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급히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섬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방소멸 위기의 중심 '섬' = 최근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모두 3383개다. 세계에서 10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이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2022년 기준 467개다.

하지만 이 유인도 숫자는 최근 들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1980년 유인도 숫자는 987개였다. 섬 3곳 중 1곳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불과 40여년 사이에 유인도 절반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됐다. 지금은 9곳 중 1곳에만 사람이 산다.

섬의 인구 특성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2년 9월 기준 우리나라 섬의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27.6%다. 이는 전국 평균(17.8%)과 비교해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인구감소 속도 역시 육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빠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줄어든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전국 평균은 0.2% 줄었는데 섬 인구는 무려 4.7%나 감소했다. 이 6년 사이에만 9개 섬이 유인도에서 무인도로 바뀌었다.

더 심각한 건 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섬진흥원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년 후인 2042년에는 섬 인구가 지금보다 18.1%나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평균(3.5% 감소)과 비교해 무려 5배 이상 빠른 속도다. 유인도 숫자도 지금보다 20개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00240015_P.jpg우리나라는 3383개의 섬을 보유한 '섬의 나라'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 섬들을 연결하는 순례길을 만들어 섬 관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 남준기 객원기자 namu@naeil.com


◆'살고 싶은 섬' 기본부터 = 이대로 두면 연륙교·해저터널 등으로 육지와 연결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섬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 국토 일부이고, 무한한 가치를 지닌 3000여개나 되는 섬을 포기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섬진흥원이 '지속가능한 섬'을 고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이 섬을 떠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생활하기 불편하고, 먹고살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활의 불편함은 공공인프라 현황이나 여객선 운항 현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읍·면·동사무소 등 행정관청이 있는 섬은 유인도 467곳 가운데 95곳 뿐이다. 섬 5곳 중 4곳은 행정관청이 없다. 소방관서가 있는 섬은 56곳, 파출소 등 경찰관서가 있는 섬은 125곳 뿐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가 있는 섬은 115곳으로 전체 유인도의 1/3이 되지 않는다. 중학교가 있는 섬은 60곳, 고등학교가 있는 섬은 34곳 뿐이다. 섬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살 수 없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접근성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대표 항로인 울릉~포항, 백령~인천, 거문도~여수 3개 항로의 연평균 결항일은 2022년 기준 110일이다. 3일에 하루 꼴로 여객선 운항이 멈춰선 셈이다. 최근 울릉도 항로에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사정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섬은 '고립'돼 있다. 울릉도와 흑산도 백령도에 추진 중인 공항 건설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접근성을 높여 섬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지와 가까운 섬 95곳이 다리나 해저터널로 육지와 연결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속가능한 섬, 관광에서 해법 찾아야 = 이런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사람이 살고 싶은 섬을 만들려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관광'이다.

실제 다도해를 품은 우리나라 남해안 지자체들인 전남도·경남도·부산시는 최근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남해안을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해 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협약이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지리적 장점, 아름다운 섬과 갯벌 등 천혜의 자연유산 등을 잘만 활용하면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섬진흥원이 최근 섬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섬 재방문 의향이 있는 사람이 무려 82.7%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육지와 분리돼 있는 섬의 특성이 오히려 치유 공간이자 사유 공간으로 국민들의 여가활동에 기여해왔다. 차별화된 고유한 생태자원 문화자원도 섬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섬의 가능성은 세계적인 해양관광 중심지인 '에게해'에서 엿볼 수 있다. 유엔관광기구(UNWTO)는 2013년 이곳에 '지속가능한 관광 관측소'를 세웠다. 유럽에 설립한 첫번째 '지속가능한 관광' 모니터링 기구다. 그리스 관광청 지원을 받아 에게대학과 유엔관광기구가 함께 만들었다. 이 관측소가 하는 일은 에게해 군도에 대한 관광의 환경적·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확인하는 일이다. 에게해의 대표적인 섬 그리스 로도스섬도 관심 대상이다. 이곳은 최근 10년간 인구가 1만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관광·생태·문화 자원 등 섬만이 지닌 특성과 함께 남에게해 지역 관광기반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섬진흥원의 설명이다.

그리스와 함께 에게해를 공유하고 있는 튀르키예의 행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튀르키예는 최근 '터키의 에게해'라는 의미의 투르크이지언(Turkaegean)'이라는 상표를 내걸고 에게해 주도권 싸움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7월 유렵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Turkaegean'에 대한 상표 등록을 했고, 12월 승인받았다. 이 문제는 그리스와의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지만, 이들 두 나라의 에게해 쟁탈전은 섬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섬의 가치 무궁무진 = 우리가 섬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가치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섬은 해양영토를 비롯해 영공·영해의 경계다. 세계 여러 곳에서 섬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우리만 해도 독도 영유권을 두고 일본의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섬은 또한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청정 에너지자원의 보고이자 6차 산업의 공간이다. 생태와 문화 관광 차원에서도 섬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관광은 섬의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가치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 본도를 제외한 섬의 총 인구는 82만명에 달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 정책에 비춰 보더라도 82만명의 섬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과 새로운 발전전략은 필수 과제다.

오동호 섬진흥원장은 "우리나라의 섬은 영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섬 자체가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핵심 자원이자 국가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 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 연재기사]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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